봉정사 영산암에서
김필녀
천년 고찰 봉정사에 가거든
덕휘루를 통하여
대웅전과 극락전을 둘러보고
요사채 뒤쪽 산자락으로 난
돌계단을 밟고 올라가보라
머리 숙여 우하루 밑을 지나
영산암 안마당에 올라서면
고건축의 미학을 모르는 문외한도
고요한 한옥의 조화로움에
저절로 탄성이 흘러나온다
툇마루와 누마루의 정겨움에
잠시 넋을 빼앗긴 채 돌아서는데
멋스럽게 휘어진 고목 향나무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을
아는 듯 조용히 반긴다
사는 일 외롭고 힘든 날에는
한 번쯤은 일상을 탈출하여
파도처럼 출렁이는 마음을 다스리며
산사의 고즈넉함을 즐길 줄 아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자
내가 만든 시간의 굴레 속에서
잃어버린 나를 한 번 찾아보자
070527 / 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