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녀
지난여름 내내 앓던 열병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알알이 쏟아놓은 붉은 고백 앞에서
사랑한다는 말 쉽게 할 수 없다
잉걸불 같은 사랑을
캄캄한 골방 안에 가둘 수 없어
영롱한 색으로 쏟아놓은 붉은 사리 앞에서
그립다는 말도 쉽게 할 수 없다
그리움의 깊이를 몰랐기에
사랑을 시작했던 것일까
깊이 앓고 있던 속앓이가 이처럼
뜨겁고도 붉은 고백을 잉태하고 있을 줄이야
수많은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사랑했다는 증거를 꼭 남겨야만 한다면
내 몸속 어디쯤에도
홍보석 한 알쯤은 숨어 있겠지
080104
- 월간 문학세계 통권 168호 게재 / 0807
♬ 내마음의 보석상자 / 해바라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