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정 김필녀 2008. 3. 28. 23:35

      봄비에게 묻는다 김필녀 마른 가슴에 흙먼지 풀풀 날리고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그리움 목울대를 타고 울컥 올라오면 나를 찾아온다고 약속했었지 마을 어귀마다 산수유 노란 꽃등 달고 물오른 가지마다 선머슴애 얼굴가득 돋아난 여드름처럼 꽃눈 툭툭 불거지면 못 견디게 그리워 한달음에 온다고 했었지 머리칼을 적시고 온 몸 흠뻑 젖어 얇은 봄옷 위로 따스한 체온 스멀스멀 배어나면 감미로운 입김 나누며 사랑하자 맹세했었지 너와 나 한 몸으로 흐르고 흐르다 푸른 수액이 되어 어느 날엔가 빨간 꽃눈 톡톡 터뜨려 새 씨앗도 만들자 다짐했었지 080323 / 봄비가 내리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