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정 김필녀 2008. 8. 5. 17:20

봉숭아물들이기

 

 

올 여름에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손톱에 봉숭아물을 곱게 들였다.

소꿉친구들과 고향집 감나무 그늘에서

어눌한 솜씨로 어른들 흉내를 내면서

봉숭아물들이던 날이 그리워서일까?

사랑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던 여고시절에는

첫 눈 올 때까지 물들인 봉숭아가 손톱끝에 남아있으면

헤어졌던 첫사랑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꽃밭에서 봉숭아를 따 모으며 깔깔거리던

아름다운 시절이 그리워서일까?

아니면 시 한 편이라도 건질 수 있을까 해서인지

내 손톱에는 지금 예쁘게 봉숭아물이 들여져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봉숭아 / 정태춘, 박은옥

초저녁 별빛은 초롱해도 이 밤이 다하면 질터인데
그리운 내 님은 어딜가고 저 별이 지기를 기다리나

손톱 끝에 봉숭아 빨개도 몇 밤만 지나면 질터인데
손가락마다 무명실 매어주던 곱디 고운 내 님은 어딜갔나

별 사이로 맑은 달 구름 걷혀 나타나듯
고운 내 님 웃는 얼굴 어둠 뚫고 나타나소

초롱한 저 별빛이 지기 전에 구름 속 달님도 나오시고
손톱 끝에 봉숭아 지기 전에 그리운 내 님도 돌아오소

별 사이로 맑은 달 구름 걷혀 나타나듯
고운 내 님 웃는 얼굴 어둠 뚫고 나타나소

초롱한 저 별빛이 지기 전에 구름 속 달님도 나오시고
손톱 끝에 봉숭아 지기 전에 그리운 내 님도 돌아오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