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정 김필녀 2008. 8. 22. 23:21

 

북엇국을 끓이다가

 

김필녀



은빛 비늘 퍼덕이며

북태평양 심해 속을 유영하던 너는

어쩌다가 껍질을 발가벗기고도 모자라

뼈는 발라져 없어지고

살은 제멋대로 찢긴 채

아무런 반항 없이 누워있는가

뒤틀리는 위장을 움켜쥔

술 깨는 남자의 아침을 위해

모든 것을 체념한 것일까

푸른 바다 활개 치던 날들 기억하며

한 때는 무서울 것 없이 세상을 누비던 남자들에게

동변상련의 마음으로 보시布施하는 것일까

세상과 타협하며 밤새도록 비틀거리는

남자의 마음보다

흔들리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빨갛게 충혈된 눈 비비며

북엇국을 끓이고 있는 여자의 가슴이 더

쓰리고 아프다


080818 / 초고

 


 

♬ 위하여 / 안치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