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정 김필녀
2008. 9. 26. 01:21
메밀꽃
김필녀
메밀묵 잘 쑤기로 소문난 *두암댁
쉰둥이 막내딸을 얻은 뒤
잔치음식 품앗이에 더욱 정성을 쏟으셨다
해가 갈수록 머리에 서리는 더해 가는데
막내딸 시집보낼 날은 까마득하기만 하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우물가에 새벽부터
음식품앗이 손길로 부산한 것을 보면
*늪실 양지마을에 잔칫날이 다가오나보다
디딜방아 찧는 소리
아낙네들 웃음소리 하루종일 술렁이면
커다란 무쇠 솥에 감주가 삭혀지고
구수한 메밀묵이 저절로 쑤어졌다
메밀묵 맛 몰라 손사래 치던
쉰둥이 철없던 막내딸도 나이가 들어
어메가 쑤어주던 메밀묵 맛 그리워
메밀꽃 보면 저절로 눈물이 난다
모시한복 곱게 차려입은 우리 어메
새하얀 메밀꽃 속에 웃고 서 계신다
080922 / 초고
* 두암댁 : 필자의 친정어머니 택호宅號
* 늪실 양지마을 : 경북 봉화군 봉성면에 있는 필자의 고향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