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사랑하기 때문에
김필녀
조금씩만 담을 걸 그랬습니다
이렇듯 한꺼번에
흘러넘칠 줄 알았더라면
한 구석만 비워 줄 걸 그랬습니다
이렇게 한 사람만
마음으로 들어와 살 줄 알았더라면
아주 천천히 사랑할 걸 그랬습니다
이렇게 숨막히게
나를 조여 올 줄 알았더라면
기억의 반은 덜어 낼 걸 그랬습니다
눈만 감으면 온통
한 사람만 가득할 줄 알았더라면
모질게 떨쳐라도 낼 걸 그랬습니다
이토록 나를 사로잡아도
함께 하지 못할 줄 알았더라면
그러나 그러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차라리 그 한 사람
아파도 맘에 담고 살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