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녀의 삶과 문학/김필녀자작글모음
2008 겨울이야기
아정 김필녀
2008. 12. 11. 23:09
2008 겨울이야기
김필녀
겨울나무가 무성하던 잎들 떨군 채
앙상한 가지끝으로 바람과 맞서고
혹독한 냉기 가슴에 품은 겨울 들판도
하늘 향해 눈을 감은 채 알몸으로 누워
한 때 사랑하던 것들과 단절을 하고 있다
철저하게 단절을 한 후에 다시 번식기를 맞아
새로운 것을 잉태할 수 있다는 것
단절이 가장 빠른 소통의 길이라는 것을
겨울은 이미 알고서숙성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겨울은 단절의 계절이다
살아가다 때로 관계를 맺고 살던 사람들과
침묵 같은 휴식의 시간들을 갖고 싶다는 것
사랑하는 일 또한 너무 사무치면
잠시 잊고 싶을 때도 있다는 것
겨울나무 앞에 서면 느낄 수 있다
겨울 들판 앞에 서면 절실하게 알 수 있다
08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