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녀의 삶과 문학/김필녀자작글모음
설 대목장 풍경
아정 김필녀
2009. 1. 23. 23:33
설 대목장 풍경
김필녀
대한 추위가 온 몸을 움츠리게 하는 안동 장날 설 대목장에 나온 사람들 표정은 활기로 넘친다
조상님께 정성을 다해 차례 상을 차려야하고 고달픈 타향살이에 시달리는 자식들 위해 한 가지
음식이라도 더 차리려는 부모님 마음 앞에 살을 에는 한파도 세계적인 대 공항도 무력한 채
장보기 하는 어르신들로 인산인해다
한 평생 자식 위해 모든 것 다 내어주고도 자꾸만 앞으로 구부러지는 허리를 꼽추세우며 무엇을
더 살까 넓은 장터 곳곳을 기웃거리신다 어물전에서 문어 조기 고등어 *돔배기를 사고 육소간에
들러서는 소고기 돼지고기도 좀 낫게 끊는다 뻥튀기 정겨운 소리에 이끌려 강정도 한보따리 사고
크고 좋은 과일을 고르느라 주름진 손길 바쁘기만 하다
무탈하게 보살펴 주실 조상님께 차례를 지낸 다음 자식들 입으로 들어갈 음식들이기에 할머니는
바지 속주머니 깊숙이 꼬깃꼬깃 고무줄로 묶어 두었던 만 원짜리 지폐를 세어 흥정도 잊은 채
함박웃음으로 건넨다 장보기 한 제수용품 두 손에 들고도 모자라 어르신들은 머리에 이고,
구부정한 등에 짊어지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마지막 힘을 싣는다.
* 돔배기 : 간을 해서 토막을 친 상어고기의 경상도 사투리로 명절이나 제사상에 올리기도 한다
090122 / 안동 장날 풍경
♬ 고향의 노래 / 엄정행 노래, 이수인 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