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녀의 삶과 문학/김필녀자작글모음

숨어 우는 것이 어디 바람뿐이랴

아정 김필녀 2009. 2. 6. 00:19

 

 

숨어 우는 것이 어디 바람뿐이랴

- 입춘에 부쳐

 

김필녀

 

 

춥고 긴 겨울을 견디며

숨어 우는 것이 어디 바람뿐이랴

어깨 시린 겨울밤이 새벽을 기다리며

문풍지에 기댄 채 밤을 새워 파르르 떨고

도도하게 흐르던 강물마저 얼음장 밑에 숨어

조용히 숨죽이고 있다

 

겨울 나목도 삭정이 같은 마른 가지 속에

잎눈을 숨긴 채 속울음으로 견디고

정겨운 모습으로 반겨주며 웃던 달님도

섬뜩하리만치 창백한 얼굴로 내려다본다

그리운 내 안의 사람들도 낮아진 체온만큼

그저 가슴속에 숨어 움츠리고 있을 뿐이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숨죽이며 흐느끼다

한 생을 마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매운바람 속 꼼지락거리던 꽃 눈 하나

눈 비비고 나오면 모든 시름 잊고 사는지 모른다

뾰족이 얼굴 내미는 새순 같은 희망

가슴 가득 피어나는 새봄이기를 소망해본다.

 

090204

 

♬ 봄의 소리 왈츠 - 요한스트라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