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녀의 삶과 문학/김필녀자작글모음
만가輓歌는 들리지 않았다
아정 김필녀
2009. 2. 8. 23:44
만가輓歌는 들리지 않았다
김필녀
어릴 적 고향 마을에서 어렴풋이 들었던
애간장을 녹이던 *만가輓歌는 들리지 않았다
육십갑자를 채우지 못한 채
한겨울 냉기 가시지 않은 싸늘한 흙속에 묻히는
한 많은 아버지의 삶을 애달파 하는 자식들 울음소리
질곡많은 여자의 일생을 뒤돌아보며 눈물짓는
지어미의 호곡號哭 소리만 들릴 뿐이다.
상여를 맬 사람도
상여소리를 매길 사람도 다 떠나고 없는 고향마을
봉분을 만드는 일꾼들도 모두 낯선 사람들이다
부모상을 당하면 묘소 앞에 움막 짓고
삼 년 동안 시묘 살이 한다는 것도 먼 나라 이야기
십 수 년 투병생활은 효자 열녀 다 앗아가 버리고
봉분도 채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탈상 제사를 지내고 있다
가는 사람 보내는 사람 서둘러 인연을 떨쳐버리려는 듯
쉰아홉 한 남자의 삶이 서서히 잊혀지고 있었다.
090206
* 만가輓歌 :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노래나 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