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녀의 삶과 문학/김필녀자작글모음
꽃밭에서 - 모란
아정 김필녀
2009. 3. 14. 22:20
꽃밭에서 - 모란
김필녀
꽃밭을 가꾸어본지 까마득하기만 한데
새로 둥지를 튼 집 꽃밭 한 귀퉁이에서
가장 먼저 눈인사를 나누었던 모란이
여린 새잎을 바알갛게 싹틔웠다
어릴 적 고향집 마당 한켠에 피어
어머니를 유난히도 기쁘게 해 주었던
그 목단牧丹이 환생한 것처럼 반가워
아침저녁으로 눈 맞춤을 한다
꽃 중의 꽃으로 군림하며
안방마님 병풍으로까지 사랑받았던
부귀富貴를 상징하는 모란꽃,
돌아오는 5월이면
보잘것없는 내 집 꽃밭에서도
아름답고 풍성하게 꽃을 피워내겠지
부귀영화는 아니더라도
기쁜 소식들로 가득 채워줄 것만 같아
봄비를 촉촉하게 머금은 여린 잎에
다시금 눈 맞춤을 해본다.
090313
Nature's Lullaby - Tony O'Conn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