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정 김필녀 2009. 4. 14. 23:19
      부부 김필녀 늦은 저녁을 먹으려고 밥솥을 열어보니 며칠이 지났는지 밥알이 바짝 말라있다 새로 밥을 하려다 대충 한 끼 때우려고 좋아하지 않는 라면을 끓였다 라면 한 젓가락을 입속으로 넣자 불쑥 후루룩 거리며 라면을 잘도 먹던 남편 생각이 나 눈물이 핑 돈다 "혼자 있으면 반찬 신경 안 쓰고 대충 해먹어도 되는데" "출장 가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에 오면 세상 편하겠다" 아이들 키워 객지로 다 떠나보내고 부부만 달랑 남은 쉰을 넘긴 친구들이 모이면 깔깔거리며 자주 하던 말 '하던 짓도 멍석 깔아 놓으면 하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그토록 자유부인을 갈망하던 황금 같은 시간 일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달려오기 바쁘다 늘 곁에 있어,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부부의 정인지 삼십 년 다 되도록 살다보니 저절로 정이 깊었는지 일주일 째 집을 비우자 외로워일까 잠도 잘 오지 않아 밤새 뒤척인다 내가 생각해도 내 마음 가늠하기 어렵다. 09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