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정 김필녀 2009. 4. 21. 21:59

 

 

운수 좋은 날

 

김필녀

 

 

벚꽃이 만개하여 눈이 부시는 날

넋을 놓고 강변도로 벚꽃 터널을 지나는데

호루라기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경찰아저씨가 나의 애마를 가로막는다

 

"신호위반하셨습니다 신분증 좀 제시해 주십시요!"

"나의 시야를 유혹한 벚꽃한테 죄가 있지 않을까요?"

6만 원짜리 스티커를 받아 들고 한 마디 건넸다 

"꽃 한 번 쳐다보는데 너무 비싸네요!"

"사고가 안 났으니 천만다행입니다 안전운전 하십시요!"

 

꽃에 정신을 팔 수 있다는 건 아직도

가슴에 설레임이 남아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벚꽃 유혹에 빠져 손해는 좀 보았을지언정

운수 좋은 날이었다고 해 두자.

  

090406

 

Love is Just a Dream(사랑은 꿈과 같은 것) / 조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