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녀의 삶과 문학/김필녀자작글모음
물안개 피던 밤이었다네 외1, 김필녀 / 월간 문학세계 9월호, 통권182호
아정 김필녀
2009. 9. 8. 17:10
물안개 피던 밤이었다네
김필녀
비 그친 강가에
물안개 자욱했다네
온몸 강물 위에 풀어 놓고
모든 것 품어 촉촉하게 적시던 밤
우두커니 강둑에 서서
하염없이 상념에 빠졌다네
떠밀려 가는 세월 붙잡아
비밀한 사랑 하나 만날 수 있다면
안개 자욱한 달밤이면 더욱 좋겠네
희뿌연 안개로 휘장을 드리우고
젖은 눈빛 아낌없이 주고받으며
마지막 열정 다 타도록 밤을 새워
흠뻑 온몸 적시고 싶었다네
안개 걷히면 끝날 사랑이라 해도
생각 속에 숨겨 둘 사람이라 해도
잊지 못할 사랑 한 번 해보고 싶었다네
팍팍하던 가슴 흥건하게 젖어버린
물안개 피는 아름다운 밤이었다네
***********************
싸리꽃
김필녀
있어도 없는 듯
없어도 있는 듯
깊이 들여다보아야
숨겨진 아름다움 드러나는 꽃
크고 화려하진 않아도
여린 가지에 꽃물 들인 듯
외로운 산기슭에 피어
바람 소리 귀 기울이며
그리움으로 사는 꽃
너의 산, 나의 기슭
외로운 바람으로 만나도
자줏빛 그리움 머금은 채
먼 하늘 바라며 웃고 있는
싸리꽃
- 월간 문학세계 9월호, 통권18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