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녀의 삶과 문학/김필녀자작글모음
키 작은 코스모스를 보며
아정 김필녀
2009. 9. 23. 22:58
키 작은 코스모스를 보며
김필녀
딱딱한 콘크리트 벽과
울퉁불퉁한 보도블록 사이
좁은 틈바구니를 뚫고 마침내
코스모스가 꽃을 피웠다
작달막한 키 미처 자라지 못해
누렇게 떠버린 잎이지만 자랑스러워
짧아진 가을 햇살 아래 웃고 있는
작은 꽃잎이 안쓰럽다
척박한 땅에 떨어진 운명 탓하지 않고
좁은 틈새 비집고 희망을 불태웠던
늦여름 짧은 밤이 꿈속 같은지
갈바람에 온 몸을 맡긴 채 춤을 춘다
늦게 핀 코스모스는 오직
꽃을 피워야겠다는 열정으로
까만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끈질긴 생명력 앞에서는
자연의 섭리도 잠시 비껴갈 만큼
숙연해진다는 것
키 작은 코스모스를 보며 깨닫는다.
090923 / 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