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정 김필녀 2009. 10. 27. 14:40

 

시월입니다

 

김필녀

 

 

 

누군가를 위해 저토록 빨갛게

얼굴 붉히며 가슴 설렌 적 있었던가 

누군가를 생각하며 샛노랗게 질리도록

두근거린 적 있었던가

 

고운 단풍잎들 눈 앞에 펼쳐지자

그리운 마음 목젖까지 차 오르는데

하마 시월이 뭉텅 잘려나가고

가을이 가고 있습니다

 

눈이 부시도록 높고 푸른 하늘

하얗게 머리 풀어 헤친 억새들의 속삭임

쑥부쟁이 쌉싸름한 향기 속에

그대 안부가 몹시 그리운 계절입니다

 

내게 다시 가을이 주어진다면

누군가를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온다면 

저 단풍보다 더 곱고 아름답게 타오르고 싶은

시월입니다.

 

09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