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녀의 삶과 문학/김필녀자작글모음
송구영신送舊迎新
아정 김필녀
2010. 1. 1. 20:12
송구영신送舊迎新
김필녀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을 찾아
섣달 칼바람에 춤을 추던 눈발이 쌓여
순백의 세계로 물들이는 세모歲暮가 되면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들이 눈에 밟힌다
그럴 즈음, 가까이 멀리 사는
그리운 사람들로 부터 쏟아지는
고마웠다는 메일 문자메시지 숫자가
포근한 함박눈처럼 수북이 쌓여간다
내가 베풀었던 보잘것없는 사랑보다
한없이 크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송구함으로, 미안함으로
내 안의 모든 것들을 더욱 낮아지게 만든다
새해에는, 내 안에 있는 모든 것들과
내 밖을 감싸고 있는 모든 인연에 대하여
끈끈한 씨실과 날실처럼 따뜻하고 안온함으로
품어 안을 수 있는 가슴이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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