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정 김필녀 2010. 7. 9. 10:46

 

진해항에서

 

김필녀

 

 

쉰 살 끄트머리를 간신히 부여잡은

죽마고우 두 남자의 넋두리

노을 품어 안은 진해항 바닷바람처럼

눅진하게 이어진다 

어릴 적 무용담은 간데없고

허옇게 센 머리 쓸쓸하게 쓸어 넘기며

회 한 접시 쓴 소주잔 부딪치며 서로의

빛바랜 삶 어루만지기 바쁘다 

멸치 떼 빠른 유영처럼 한 때는

온통 내 것인 양 겁 없이 세상 누비며

세월 가는 줄 모른 채 좌충우돌

앞만 보며 열심히 살았노라고......, 

언제 다시 만선의 꿈 안고 돛을 올려

푸른 바다 향해 힘차게 항해할지 모르는

폐선 직전의 고깃배처럼 세월에 묶인 채

소주잔 부딪히는 소리만 저녁바다를 가른다.

 

10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