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녀의 삶과 문학/김필녀자작글모음
울진 불영사에서
아정 김필녀
2010. 7. 11. 10:10
울진 불영사에서
김필녀
춘양목 향기로운 바람 편에
산 넘어 소식 흙냄새로 먼저
애태우며 기별 보내던 소나기 한 줄기
고요하던 연못 속으로
미련 없이 섞인다
모든 것 버리고 한 순간
목숨 걸어 마음까지 질펀하게 적시며
한 몸 되어 출렁이며 울고 웃는
사랑은 주고받는 것이다
여름 한 철 격정을 못이긴 소나기처럼
한달음에 달려올 수도 없는
높은 산 위 붙박이로 선 채
애써 외면하는 돌부처
영원히 내 것이 될 수 없다 해도
낮이면 해그림자
밤이면 달그림자로 품어 안고
한 평생 가슴 설레며 기다리는
사랑은 그런 것이다
10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