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녀의 삶과 문학/김필녀자작글모음
9월이 오면
아정 김필녀
2010. 8. 29. 16:07
9월이 오면
김필녀
9월이 오면
여물어 가는 모든 것이
사랑인 줄 알게 하소서
불볕더위 속 묵묵히 견디며
낱알마다 익어가던 들판의 곡식
비바람 속에서도 쉬지 않고
단맛을 채워가던 붉은 열매들
위대한 사랑의 힘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소서
9월이 오면 당신은
처음 그 모습 그 자리에 계십시오
하르르 피었다 한 순간 지고 마는
풋내 나는 여름 꽃이 아닌
인적 드문 외로운 언덕
서늘한 바람 끝에 피어도
고고한 향기 뿜어내는 구절초로 피어
당신이 흘린 눈물 두 손으로
어루만져 드리겠습니다
9월이 오면 지난여름
더욱 사랑하지 못한 날들 돌아보며
씨줄 날줄 결 고운 사랑으로
거듭나게 하소서.
100829 / 초고
Come September(9월이 오면) / Billy Vaug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