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편지
김필녀
추운 겨울 견디느라 꽃들도
몹시 힘들었나 봅니다
봄이 되자 서로 먼저 피겠다고
곳곳마다 꽃눈 터지는 소리 분주합니다
매화 향기 봄바람 타고 그윽하게 날아오더니
노란 개나리, 산수유 앞 다투어 피고
밝은 햇살 아래 목련도 부끄러운 듯
고운 속살 살포시 드러내며 손짓하고 있습니다
꽃이 피는 것을 보며 그대를 생각합니다
지난 밤 꿈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것을 보면
그대도 가끔은 나를 생각하고 있나봅니다
내가 아무리 그대를 생각한다 한들
꽃향기 한 움큼 쥐었다 놓는 시간보다
그대 눈부처로 마주할 시간이 더 적다는 것,
이별의 악수도 나누지 못한 채 한 세월
지는 꽃 안타까워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 압니다
머지않아 핏빛 진달래 온 산을 붉게 물들이고
산 복사꽃 봄바람에 연분홍 꽃 편지 흩뿌리겠지요
여기 피는 꽃 거기도 피겠지만
봄꽃 지기 전에 그대 안부를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