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정 김필녀 2012. 3. 14. 12:26

 


    봄 편지 김필녀 추운 겨울 견디느라 꽃들도 몹시 힘들었나 봅니다 봄이 되자 서로 먼저 피겠다고 곳곳마다 꽃눈 터지는 소리 분주합니다 매화 향기 봄바람 타고 그윽하게 날아오더니 노란 개나리, 산수유 앞 다투어 피고 밝은 햇살 아래 목련도 부끄러운 듯 고운 속살 살포시 드러내며 손짓하고 있습니다 꽃이 피는 것을 보며 그대를 생각합니다 지난 밤 꿈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것을 보면 그대도 가끔은 나를 생각하고 있나봅니다 내가 아무리 그대를 생각한다 한들 꽃향기 한 움큼 쥐었다 놓는 시간보다 그대 눈부처로 마주할 시간이 더 적다는 것, 이별의 악수도 나누지 못한 채 한 세월 지는 꽃 안타까워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 압니다 머지않아 핏빛 진달래 온 산을 붉게 물들이고 산 복사꽃 봄바람에 연분홍 꽃 편지 흩뿌리겠지요 여기 피는 꽃 거기도 피겠지만 봄꽃 지기 전에 그대 안부를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