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정 김필녀 2012. 12. 23. 12:34

 

 

함박눈이 내린다

 

김필녀

 

 

하늘도,

골수 깊숙이 퍼져가는 외로움을

더는 견딜 수 없었나 보다

잎을 떨구고 향기마저 거두어들인 채

땅 속 깊숙이 숨어 버린 그의 마음을

진부한 사랑 법으로는 움직일 수 없었나 보다

지칠 줄 모르고 뿜어내던 카리스마

칼바람으로 번득이던 눈동자도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었나 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던 오만을 거두고서

무량하게 함박눈으로 내린다

사랑은 온전히 스며드는 일

사랑은 냉혹한 절대 고독을 견딘 후에

어느 봄날엔가 화알짝

다시 피워내는 일이다

 

- 121221

 

 

♬ 영화 닥터 지바고의 주제곡 라라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