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녀의 삶과 문학/김필녀자작글모음
산처럼 살거라
아정 김필녀
2013. 1. 15. 21:53
산처럼 살거라
- 아들에게
김필녀
높이 솟았다고 군림하는 산이 아닌
골짜기에 핀 작은 들꽃도 품어 안을 줄 아는
그런 웅숭깊은 산
꽃피고 녹음 짙은 계절에 안주하지 않고
맨몸으로 찬바람과 맞서 싸우며
자신을 내려놓을 줄도 아는 겨울 산처럼
그렇게 살거라
발원지에서 바다를 넘겨다보는 산이 아닌
냇물을 보듬어 안고 강물에게 길을 내어주는
그런 속 깊은 산
높은 봉우리와 깊은 골짜기를 오르내리며
오르면 내려오고 내려오면 다시 올라야 하는
세상이치를 꿰뚫을 줄도 아는 그런
산처럼 살거라
13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