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휴일은 비오는 날이다.
김필녀의 풀꽃일기 / 130618
비가 많이 내린다.
올해는 '거꾸로 장마'란다.
장마전선이 보통 남부지방에서 시작되어 북부지방으로 올라갔는데
올해는 북부지방부터 시작되어, '거꾸로 장마'라는 이름이 붙었다.
농부의 휴일은 비오는 날이다.
물론 부지런한 농부는 삽자루를 어깨에 메고 논물을 보거나
배수로를 쳐야 하지만 대부분은 날궂이를 해 먹으며 집에서 쉰다.
4년차 뿔농군의 아내도
날이 더워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밭으로 나가곤 했는데
오늘은 8시까지 푹 자고 일어나니 몸이 홀가분하다.
늦은 아침을 먹고 안동의 유명한 학가산온천에 가서 두어 시간 몸을 담그고 나니
몸이 횡재를 한 듯 날아갈 것 같다.
농부에게 몸이 천금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본격적으로 감자를 캐야 하니 잠시라도 내 몸에 기운을 돋우어야 한다.
점심은 찐 감자에 지난번에 담근 열무김치와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는 것으로 대신했으니 완전 웰빙 점심을 먹은 샘이다.
카톡으로 보내온 세 살배기 외손자 사진을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아 놓고, 외할배 외할매는 그저 행복할 따름이다.
↓ 천사의 웃음도 이보다 더 해맑지는 않으리...^^
외할머니
김필녀
곱디고운 얼굴
실핏줄 터지는 줄도 모른 채
어머니의 어머니, 어머니의
그 위대한 길 걷기 위해
하늘이 노랗도록 신음하며 참아내던
산모의 진통 소리
그 소리마저 잠시 멈추었던 꼭두새벽
세상을 향해 힘차게 울음보를 터트린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핏줄 앞에
두 손 맞잡아 서로 어루만지며
감사의 눈물범벅으로 얻은 이름
외할머니.
11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