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정 김필녀 2013. 11. 28. 21:55

 겨울에는 책을 읽자 / 131128

 

어제는 하루종일 함박눈이 내렸다.

외할머니가 되었음에도 루종일 눈이 내리는 날은

아직도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영화 러브스토리의 삽입곡인 snow frolic을 들으며 제니가 되기도 하고, 

닥터 지바고의 라라의 테마를 들으며 라라가 되어 서성거리기도 한다.

들뜬 마음을 애써 잠재운 후에 

바쁜 농사일로 쌓아두기만 했던 책들을 정리정돈 하면서

겨우내 읽을 책들을 골라서 읽기 시작했다.

 

우선 얇은 책부터 시작해서 두꺼운 책을 읽을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번 겨울에는

고 김철진 시인님이 남긴 시집 4권을 읽고 또 읽어서

살아생전 스승님께서 강론하셨던

시작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해 볼 요량으로 마음에 채찍을 가하고 있다.

 

날이 춥고, 길이 미끄러운 날은 따스한 아랫목에 발을 묻고 앉아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읽은 일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 우리집 맞은편에 있는 서후우체국이다.

눈이 맞을까 비닐을 씌운 오토바이 옆에 서 있는 우체부 아저씨가 더욱 정겨운 시골 우체국 풍경이다.

아래 자작시 '시골 우체국'은 서후우체국이 배경이다.

 

시골 우체국 / 김필녀

 

밤을 새워 썼던 편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비가 오고 함박눈이 쌓이고,

다시 라일락이 피는 동안 더욱 견고해지던 사랑은

어느 하늘아래 빈 가슴 쓸어내리고 있을까

눈발에 써서 날렸던 부치지 못한 편지 위에

앨범 속에 잠자고 있던 빛바랜 우표

더께로 붙여 다시 띄우면

길 위에 떨어진 추억들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그립고 보고픈 이들에게 편지를 쓰는 사람도

고이 봉한 편지 가슴에 품어 안고

우체통에 넣는 사람도 없는 시골 우체국에서는

여전히 우표를 팔고 크리스마스실을 판다

밤새도록 폭설이 쌓이고

창호지 문살 희붐하게 차오를 때까지

발효되지 못한 채 묵혀두었던 사연을 적어

겨울잠에 취한 빨간 우체통을 깨워야겠다.

 

↑ 올 겨울에 읽을 책들이다.

 

겨울에는 승부로 가자 / 김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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