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정 김필녀 2013. 12. 21. 22:13

 

 

 

동지 무렵

 

김필녀



넘어가는 해를 등지고
눈 덮힌 강둑을 걷는다
잎 떨군 자작나무 보다 더 외로운
길게 드리운 그림자 따라 걸으며
차곡차곡 쌓여가는 나이테를 읽는다
아름다운 날들 보다
고단했던 날들 더 뜨겁게
품어 안은 무채색 그림자
사랑해야지
방황하고 있는 내 안의 무수한 갈림길
길잡이처럼 묵묵히 앞서가고 있는
저 외로운 그림자
더욱 사랑해야지

- 13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