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정 김필녀 2014. 1. 10. 14:52

 

 

콩 한 알의 미학

 

김필녀

 

 

문풍지 사시나무 떨듯 떨고

문고리에 손이 쩍쩍 달라붙던 동지섣달

 

안방 윗목에 두레상 펼쳐 놓고

언 손 호호 불어가며 콩을 고르시던 어머니

 

마당가에 떨어진 낱알 한 톨도

귀히 여기시던 당신의 삶

 

좋은 콩은 팔아 자식 공부시키고

벌레 먹은 쭉정이만 드셨다

 

어머니 삶을 닮아가려면

까마득하기만 한데

 

어눌한 손놀림으로

검정콩을 고르다가 

 

장롱 밑으로 굴러들어간 콩 한 알 줍느라

납작 엎드려 끙끙거린다

 

이 겨울 지나면 당신의 높은 경지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

   

- 14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