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정 김필녀 2014. 1. 31. 14:34

  

꽃씨를 뿌리다

 

김필녀

 

 

국화꽃 대궁마저 말라버린 늦가을

꽃향기에 묻혀 사는 친구가 꽃씨를 보내왔다

이른 봄에 파종하는 라바테라 버베나

늦은 봄에 파종하는 다투라 멜람포디움 메리골드 사피니아

낯선 꽃 이름 사이에 빼꼼히 얼굴을 내민

백일홍 봉숭아 분꽃 맨드라미

천일홍 석죽 매발톱 꽃씨들이 메마른 가슴에 먼저 벙근다

시상에 메말라 헤매는 친구에게 철마다 예쁜 꽃 피워

해와 바람 벌 나비도 불러들여

가슴 촉촉한 시를 건져 올리라는

친구의 깨알 같은 손 글씨에 마음이 바쁘다

가을에 뿌려야 이듬해 꽃을 볼 수 있다는

겹접시꽃 천인국 꽃씨 봉투 품에 안고

꽃밭으로 종종걸음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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