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녀의 삶과 문학/김필녀자작글모음
겨울 저수지에서
아정 김필녀
2014. 1. 31. 14:37
겨울 저수지에서
김필녀
세상을 향해 열려 있던
미늘 같은 숨구멍마저 닫아버린
냉혹한 별리 앞에
무량하게 내리던 함박눈도 혼절한다
혜안을 가졌던 깊은 눈망울
미세한 떨림에도 반응하던 그는
차가운 바람벽에 추억만 남겨둔 채
환청으로 들리던 기침소리마저 닫아버렸다
거친 바람도 낙상하는
매운 계절에는
오감을 닫아걸고
내밀한 탑을 쌓아야 할 때
세상 언어들을 외면한 채
절대고독 속으로 침잠하는
꽁꽁 얼어붙은 저수지를 바라보며
혼자서도 외롭지 않을 봄을 준비한다
- 14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