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정 김필녀 2014. 9. 23. 22:07

 

 

어머니와 섬돌

 

김필녀

 

 

금의환향을 꿈꾸며

서울로 대학을 갔던 아들내미

민중의 지팡이 계급장을 양어깨에 단 채

환하게 웃으며 돌아왔다

 

빈집 같던 집안이 그득하고

쓸쓸하던 현관에 온기가 돈다

 

덩그마니 놓인 운동화 옆에

어여쁜 하이힐이 가지런하게 놓이고

손주들 꼬까신도 널브러지겠지

 

한평생 섬돌 위에

사내아이 운동화 한번 올려보지 못했던

어머니 삶

눈앞이 흐릿해온다

 

고맙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울퉁불퉁 모가 나던 어미 삶이

너로 인해 깎이고 뭉그러지면서

둥그스름한 섬돌로 다듬어졌구나

 

육신이 삭아지고 혼으로 남아도

언제나 그 자리에 기다리고 있을 테니

힘껏 밟고 올라서서 네 꿈을 펼치려무나

 

- 140922

 

 

 

♬ 폴모리아 연주곡 모음 '시인과 나'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