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정 김필녀 2014. 12. 1. 09:27

 

 

연탄을 들여 놓다

 

김필녀

 

 

겹겹이 줄맞추어 쌓아 놓은

천 장의 연탄 활활 보시하는 동안

첫눈이 내리고 눈보라도 칠 것이다

 

이만 오천 개의 검은 눈동자들

하얀 재로 산화하는 동안

방구들도 은근하게 데워질 것이다

 

거무튀튀하고 보잘것없는 저 무연탄

제 몸 살라 춥고 어두운 세상 녹이는 동안

손바닥만 한 온기라도 나눌 수 있을까

 

살신성인으로 뿜어내는 독한 향기에

재채기 몇 번 하다보면

세상 욕심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으리

 

불편함으로 더 정겨운 세상살이

아침저녁으로 연탄집게 움직이는 동안은

신접살림 나던 새댁시절도 그리워지리니

 

- 14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