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정 김필녀 2014. 12. 5. 18:47

 

 

밤기차

 

김필녀

 

 

설레며 왔던 길

돌아가는 길에 눈이 내린다 

 

아쉬워 돌아서는 발자국

지워 버리라고

 

눈발을 헤치며

간이역을 흔들어 깨우며

종착역을 향해 달리는 밤기차

 

덜컹거리는 쇠 바퀴 소리에

닫혀 있던 마음 무너져 내리고

 

손 흔들며 반기던 자작나무

살얼음 밑을 흐르던 시냇물도

곤이 잠든 칠흑 같은 길

 

여운을 남기는 기적소리만

잠재되어 있던 내면을 흔들어 깨운다

 

설레며 갔던 길

오래도록 기억하라고

 

- 14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