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정 김필녀 2014. 12. 14. 22:50

 

겨울 플라타너스

 

김필녀

 

   

무성하던 옷을 벗은 채

알몸으로 눈보라를 맞고 서 있는

겨울 플라타너스는

온몸으로 말을 한다

 

삭정이가 될 새도 없이

무참하게 잘려나간 가지들

굳은살 박이듯 헤아릴 수 없는

울퉁불퉁한 옹이들

 

아픔을 모르고서

희망의 봄을 맞이할 수도

매운 계절을 견디지 못하고서

연둣빛 새잎을 틔울 수 없노라고

 

아득한 곳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향해 뿌리를 뻗어가며

윙윙대는 찬바람을 끌어안고 선

겨울나무 속삭임에 귀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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