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녀의 삶과 문학/김필녀자작글모음
봄동 겉절이
아정 김필녀
2015. 1. 11. 12:25
봄동 겉절이
김필녀
김장김치 슬슬 물리기 시작하고
추위도 내성을 잃어갈 즈음
가지런히 놓여 있는 푸성귀들
비웃기나 하듯이
칼바람 속에서도 무던하게 견디며
노란 속곳 바람으로 좌판 위에
퍼질러져 웃고 있는 봄동 무더기에
저절로 손이 간다
갖은 양념으로 조물조물 버무려
칙칙하던 식탁 위에 올리니
소한과 대한 사이
봄은 아직 멀기만 한데
세상풍파 속에서도 철들지 못하는
내 마음에는 어느새
아지랑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진달래 꽃물 곱게 물들어간다
- 15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