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정 김필녀 2015. 4. 26. 22:39

 

 

고수레

 

김필녀

 

 

이른 봄부터 갈고 또 갈아

분가루 같이 만들어 놓은 밭둑에 앉아

새참을 먹는다

 

“고수레”

첫술을 떠서 자연에 흠향하는

어설픈 농부의 몸짓에

 

민들레 꽃다지 냉이꽃

바삐 움직이던 개미들도

소박한 두레상에 모여 앉는다

 

신 김치 쑥버무리 안주 삼아

벌컥벌컥 막걸리 잔 비우는

검게 그을린 얼굴에서

 

이만큼 먹고 살게 된 것이

하늘과 조상의 은덕이라던

겸손한 아버지의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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