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정 김필녀 2015. 7. 25. 13:47

 

고려엉겅퀴*

 

김필녀

 

 

두 눈 질끈 감은 채

곤드레만드레 흔들리며 살아야

지난한 삶 견딜 수 있었으리

 

쓰러져 가는 오백년 왕조

두 눈 시퍼렇게 뜨고서는

차마 지켜볼 수 없어

 

정선 땅 깊은 산 속에 은거하며

모진 목숨 부지해야만 했던

고려 말 충신들의 곧은 절개

 

그렁그렁 눈에 밟히는 고향

아리아라리 눈물로 자아내다

고려엉겅퀴로 다시 환생해

 

푸르고 푸른 이 강산 골짜기마다

두 눈 부릅뜨고 선 채

올곧은 정신 지켜가고 있다

 

- 150722

 

 

* 고려엉겅퀴 / 우리나라 토종 식물인 곤드레나물의 학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