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정 김필녀 2016. 1. 31. 23:04
 

 

사랑니

 

김필녀

 

 

진화론을 거부하듯

반겨주는 이 없어도

 

갈래머리 시절

젖멍울 앓듯 근질거리며

좁은 턱관절 사이 비집고서

조심스레 자리 잡던 사랑니

 

세월 따라 닳고 시려

몇 달을 버팅기다

찰나에 발치를 당하고 나니

눈물이 핑 돈다

 

이제 더는 첫사랑 같은 사랑을

할 수 없는 것일까

 

거즈에 묻어나오는

첫 월경 같은 혈흔 머금고서

이순을 앞둔 내 나이를

곰곰이 되짚어본다

 

- 160131

 

 

 

♬ Paroles Paroles (달콤한 속삭임) / Dali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