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정 김필녀 2016. 8. 29. 22:24

 

마타리꽃

 

김필녀

 

 

흙먼지 일으키며

시원하게 쏟아지던 소나기도

길을 잃고 헤매던 지난여름

산 너머 무지개 마을로

소풍가던 소녀도 발길을 끊었고

쩍쩍 갈라져

바닥을 들어낸 시냇가에는

물수제비뜨던 소년도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무엇이라도 되어주고 싶은

넉넉한 계절

갈꽃 사잇길로

더욱 성숙해진 그들이

두 손 꼭 잡고 찾아온다면

내 기꺼이 목숨 바쳐

우산이 되어 주리니

갈바람 불어오는 저기 저,

보일 듯 말 듯 한 산모롱이

연신 까치발 들고 기다리는

마타리꽃 순정

 

- 16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