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녀의 삶과 문학/김필녀자작글모음
고욤나무 앞에 서면
아정 김필녀
2018. 12. 19. 21:00
고욤나무 앞에 서면
김필녀
감꽃인가 싶어 주웠더니
고욤나무 꽃이다
가지마다 주렁주렁
작은 종처럼 매달린 꽃 속에
유년의 고향집이 보인다
어둑한 고방 항아리에서 곰삭던
그 달디 단 맛
입 안 가득 남겨지던
까만 씨앗까지도 그립다
빈터로 남은 고향집을 지키는
고목으로 남아
눈길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는
변방의 나무로 남았지만
볼품없는 열매에 씨앗만 가득 담는
고욤나무 앞에 서면
내 살과 뼈를 여물게 하셨던
쪽진 어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 18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