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노래′부르는 문학동인회 샘문학(글/백소애-편집기자)

― MENU ―


샤를르 보들레르 800원
칼 샌드버그     800원
프란츠 카프카   800원


이브 본느프와   1,000원
에리카 종       1,000원


가스통 바슐라르 1,200원
이하브 핫산     1,200원
제레미 리프킨   1,200원
위르겐 하버마스 1,200원


시를 공부하겠다는
미친 제자와 앉아
커피를 마신다
제일 값싼
프란츠 카프카
 
                 -오규원 <프란츠 카프카>


12월의 어느 날 오후, 이날은 알싸한 계피차를 나르는 여인들로 문화원이 무척 분주했다. 안동문화원 문예창작반 출신들이 모여 만든 문학동인회 샘문학의 창간호 ‘물의 노래’가 나온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안동문화원 풍경은, 시를 공부하겠다는 미친 제자들의 동인지 발간을 축하해주러 나온 문예창작반 지도강사 조영일 시인과 갑자기 내린 눈으로 첫차를 놓치고도 일찌감치 시내에 와서 며느리를 축하해주러 나온 시아버지가 있어 더 특별했다.


샘문학은 회장 김경숙씨를 비롯 13명의 회원이 올 4월에 동인을 결성하고 활발히 활동 중이다. 창간호 ‘물의 노래’와 다음카페(http://cafe.daum.net/nanudang)에 있는 45도 각도의 사진을 보더라도 이들이 주부임을 단박에 알아맞힐 것이다. 30대에서 50대까지의 주부들로 구성된 샘문학은 함께 모여 문학 창작에의 열정으로 공부를 하고, 비판과 격려를 통해 창작열을 끌어올리자는 데에 의의를 두고 있다.


회장 김경숙씨의 말처럼 샘문학이라 이름 지은 이유는 충분히 미루어 짐작이 가능했다.
“샘은 막히지 않고 끝없이 끝없이 흘러나오잖아요. 우리의 소박한 문학에 대한 열정이 샘처럼 흐르고 흘러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어요. 창간호 제목도 여러 가지를 생각했는데 샘문학에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구심점 역할을 해주시는 조영일 선생님이 지으신 물의 노래가 가장 가슴에 와 닿아서 그렇게 결정했어요.”


샘문학은 매주 한 번씩 문화원에서 만남을  갖고 월에 한번 월례회도 갖는다. 주로 회원들의 창작품을 발표하고 품평하는 자리가 되는데, 친분이 두터운 만큼 냉정한 비판이 오간다.
“평소 아무리 친해도 작품에 관해서 만큼은 신랄하고 냉정하게 평가해줘요.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그만큼 애정이 많은 거라며 웃곤 해요.”
주부들이다보니 소재가 ‘생활’에 치중되는 한계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그걸 굳이 한계라 여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문학기행이나 시낭송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어요. 문학과 삶이 일치되는 걸 추구하지 소재의 남다름을 추구하고 싶지는 않아요.”
‘시’를 위한 시를 쓰지 않고 ‘글’을 위한 글을 쓰지 않겠다는 김경숙 회장의 다부진 대답이 퍽 인상 깊었다.


문학 활동의 성과를 결과물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결성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샘문학 동인들의 활동이 눈에 띄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얼마 전 지훈 백일장에서 문영숙 회원이 장원을, 7월 육사백일장에서도 박애자 회원 등 5명이 입상했다. 문학동인회인 만큼 필력을 위한 그들의 노력과 열정은 아줌마들의 근성만큼이나 다부져보였다.
지금은 문청들의 가슴을 아련하게 만드는 신춘문예의 계절이다. 문예지로 등단한 사람이 회장 김경숙씨와 안동지 필자로 있는 김필녀씨 두 사람이다. 대부분 등단의 꿈을 갖고 있지만 목적을 두고 있진 않다. 하지만 등단 이전과 비교해 마음가짐이 아무래도 다를 것이다.
“무거운 짐 하나 진 것 같아요. 문학을 대하는 자세도 더 진지해졌고요.”
창간호 준비에 들어간 모든 경비를 회원들이 갹출해 내다보니 금전적인 부담이 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 활동이 지속되었으면 좋겠고 그러한 활동을 위한 후원 또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문학지 발간을 처음 준비하는 회원이 11명이라서 많이들 설�다고 한다. 창간호를 700부 발간했고 팔리건 팔리지 않건 매품으로 서점에 진열해 놓을 작정이다. 이렇게 하면 글쓰기에 좀더 전진할 계기가 되기도 할 것이다. 지금 계획으로는 1년에 한 번씩 동인지를 내는 것이 목표이고 끊임없는 글쓰기에 도전할 것이다.


원고지 혹은 모니터 앞에서 깜빡이는 커서를 보고 홀로 싸워야하는 작업인 만큼 서로의 작품에 대한 격려와 가감 없는 비판이 필요하고 그러기에 동인들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앞으로 지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문학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또 그런 문학동인회로 거듭 나고 싶다는 샘문학 동인들. 그들은 주위를 정화시킬 수 있는 샘물 같은 문학, 거기에 일치되는 샘물 같은 삶을 살고 싶다.



"며늘애가 고생해서 중한 책을 냈다는데 내 나와 봐야지요." 평소 잘 안

하는 넥타이로 멋을 낸 시아버지 김상진씨(75)의 축하를 받아 기쁨이 두

배인 이강순씨. 시아버지는 행여 늦을세라 일찌감치 길안에서 나와 화

사한 꽃다발을 건넸다.


아직 채비하지 못한 잎들을 두고 나무가 우는(문영숙-입동) 계절에, 살아가는 일 바람 같아서 때로는 삶의 모서리에 마음 다칠 때도 있지만(김필녀-가을에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 살아온 날을 흔드는 영혼의 울림 온 몸을 태워 전한다.(김경숙-가을편지)
부끄러움의 거리를 고민하는 시인의 목소리는 까만 발가숭이마냥 맑고(안효경-맑은소리) 술을 마시고도 뒷길로 돌아가는 사람은 슬픔에 취한 사람이다.(김연자-슬픔...그 흔한 것)
가슴에 품어온 못 다한 말 옆에 끼고(신현순-절규) 아직 갚을 것이 많은데 백년같은 시간이 흘러(이강순-아버지) 바람결 흔들리는 잎새위로 수많은 이야기들을 낳는다(진미영-인연) 오늘을 기다려온 간밤 무게들이(김연희-아침) 사랑하는 이들과 희망을 향해 힘차게 걸었다.(김정미-길)
무심히 보았던 눈물의 의미를 세월이 지나 알게 되고(박애자-눈물) 인생은 한낮 꿈같이 지나가버리는 짧은 여정이라지만(노외순-나누는 삶) 달도 잠든 캄캄한 밤하늘, 달맞이꽃은 속절없이 꽃잎을 활짝 폈다.(강영옥-병실에서)


샘문학 동인들이 가슴 시린 이들을 따뜻이 보듬어 줄 수 있는, ‘샘’처럼 마르지 않는 가슴으로 세상을 노래할 수 있는 글을 꾸준히 썼으면 좋겠다. 더불어 샘문학이 꾸준한 활동으로 그 생명력이 오래가길 바란다. 그들의 건필을 빈다. <안동>

통권113호 - 안동의 동호인 모임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