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길었던 가뭄과 폭염을 당당하게 이겨낸 우리 농장 풍경 / 120818

 

 

오늘 아침에 디카로 찍은 마농장입니다.

 

마덩굴이 튼실하게 잘 자라고 있지만 더 풍요로운 결실을 위해

미생물 발효액 EM을 듬뿍 뿌려 주었답니다.

맛있게 잘 먹겠다며, 푸르른 잎이 더욱 싱그럽게 인사를 하더군요...^^

 

마덩굴은 옆으로 뻗어가지 않고, 위로위로 뻗어 올라가서 어른 키를 넘길 정도로 우거진답니다

 

 

산마와 둥근마를 재배하고 있는데, 위의 사진은 산마(산약) 덩굴입니다.

 

벌써 산마 열매(영여자라고도 함)가 조롱조롱 달렸더군요.

 

산마 덩굴보다 색깔이 연하고 잎이 작은 둥근마(애플마) 덩굴입니다.

둥근마는 뮤신 함량이 일반 마(산마, 장마 등) 보다 더 많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인지도와 판로가 좋아 저희들도 많이 심었답니다.

 

 

감자를 캐낸 마밭 한쪽 귀퉁이가 비어 있어 무엇을 심을까 고민하다가,

우리 가족들이 먹을 김장배추 씨앗을 뿌렸답니다.

 

밭두렁에 핀 하늘색 달개비꽃입니다.

하루만 피고 꽃잎이 지는 것이 아니라, 아침이슬과 함께 녹아 없어진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꽃말도 '짧았던 즐거움, 순간의 즐거움'이라고 하네요.

 

'기다림'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는 아침이슬에 젖은 달맞이꽃도 수줍게 인사를 하네요.

 

일을 하다 잠시 쉬는 시간이면

논두렁 밭두렁에 피어 있는 야생화와 들풀을 디카에 담다 보면

시의 소재를 얻게 되는 행운도 온답니다.

 

어릴 때 많이 가지고 놀았던 너무도 정겨운 강아지풀입니다.

 

아~ 이 꽃 이름을 알았었는데 기억이 가물거려 디카에 담아왔습니다.

무슨 꽃인지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8월이면 만나는 물봉선, 제가 좋아하는 꽃이기도 하지요.

꽃말은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랍니다.

 

 

불과 열흘 전만 해도 긴 가뭄과 폭염에 농작물이 타들어가서

밤을 새워 가며 스크링클러를 돌리기도 하고,

1톤자리 물통에 연신 물을 실어 나르며 가뭄과 사투를 벌이기도 했지요.

올여름에는 가뭄과 전쟁을 하느라 휴가를 갈 엄두도 내지 못했답니다.

 

아래 사진은 가뭄이 막바지에 이르던 8월 8일, 고추밭에 스크링클러를 돌리던 사진입니다. 

가뭄에 시들어가는 고추밭에 스크링클러를 설치해서 돌리리느라 밤잠을 설치기도 했지요.

 

부잣집 정원 잔디밭이나 골프장의 푸른 잔디 위에서나 봄직한 스프링클러,

마밭에도 설치하고, 고추밭에서 설치해서 열심히 물을 주었답니다.

 

주인의 정성을 알았는지, 다행히 고추농사가 잘되어 가지가 찢어지도록 열려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답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꽤어야 쓸모 있다고,

아무리 붉은 고추가 많이 달려도 하나하나 따 모아야 돈이 되는데,

고추를 따 모으는 일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잘못 따다보면 가지 째 부러뜨릴 수도 있어,

노하우가 있어야 하다고, 고추를 따로 오신 어르신들이 가르쳐주시더군요.

 

바쁜 일손을 조금이라도 거들기 위해 고추수확기도 한대 장만했습니다.

위에는 비취파라솔도 달려있고, 앉아서 고추를 딸 수 있어 참 편리하답니다.

어쩐지, 저 의자에 앉기만 하면 돈을 따서 푸대에 가득 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피곤한 줄로 모르고 고추가 잘 따지는 것 같더군요...^^ㅎㅎ

자고 나면 붉은 고추가 주렁주렁 달려있고, 아직도 꽃이 피고 있으니

10월까지는 붉은 돈을 따서 푸대에 담기만 하면 되겠다고,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고추 밭이 마치 '화수분' 같다고 하며

푼수 같은 부부가 함께 너털웃음을 웃기도 한답니다.

 

그러나 뙈약볕에 앉아 고추를 하나하나 따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고추를 따본 사람은 알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노량진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아들도 생각하고,

시집간 딸과 사위, 외손자를 생각하며 미소를 짓기도 하고,

우리 엄마도 농사를 지으면서  자식들 생각하며

힘들어도 참고 인내하셨을 것이라는 생각에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한답니다.

그러나 가끔은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보기도 하고,

온갖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시의 소재가 생각나기도 해서 행복한 미소를 지을 때도 많답니다.

 

남편이 퇴직을 하고 귀촌을 한지 어느덧 4년차가 되었네요.

지난 3년 동안은 이웃을 사귀고, 필요한 농기구를 장만하면서

농작물을 키우는 노하우를 배우면서 실습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퇴직을 하고도 3,40년은 더 살아야 하는 인생 100세 시대,

남편도 퇴직을 하고 몇해 동안은 여행도 다니고, 골프도 치고, 등산도 다니면서

여유로운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무료함에서 헤어나지를 못했습니다.

아직도 일할 힘이 펄펄 넘치는데,

기백만 원의 연금만 믿고  무료하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일을 할 수 있는 나이까지 텃밭이라고 가꾸면서 흙과 함께 땀을 흘리며 

보람된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했던 남편의 뜻을 따라 결정했던 귀촌이었는데,

조금씩 희망의 빛이 보이는 것 같아, 저도 열심히 거들고 있답니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참으로 많았지만 4년이라는 시간이 해결을 해 주네요.

손이 좀 거칠어 지면 어떻고, 햇볕에 얼굴이 좀 그을리면 어떻습니까?

내공이 쌓이면 되는 것이고, 이제 저도 외할머니가 되었는데요...^^ㅎㅎ

 

농장일을 거드는 가운데서도 바쁜 시간을 쪼개, 도종환 시인의 문학강연도 다녀왔답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님들과 함께, 풍요로운 가을을 기다려봅니다...^^

 

♬ A Comme Amour (가을의 속삭임) / Richard Clayderman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