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기적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 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신과 인간 / 반칠환

 

신이 말했다

'나는 천하를 내놓았으나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구나'

 

인간이 말했다

'나는 우주를 훔쳤으나 숨겨놓을 곳간이 따로 없구나' 

 

 

 

시치미 / 반칠환

 

저 해맑은 거짓말 좀 보게나

 

치악산 능선마다

새똥, 곰똥, 달팽이 오줌

다 씻어내린 계곡물이

맑다

 

 

 

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 반칠환

 

봄이 꽃나무를 열어젖힌 게 아니라

두근거리는 가슴이 봄을 열어젖혔구나

 

봄바람 불고 또 불어도

삭정이 가슴에서 꽃을 꺼낼 수 없는 건

두근거림이 없기 때문

 

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이기주의 / 반칠환

 

'나는 너, 너는 나

우리는 한몸이란다'

설법을 듣고 난 동승이 말했다

 

'알았어요. 하지만 내가 스님일 때보다

스님이 나일 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출처 : 碧波 藝術村
글쓴이 : viv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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