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림지에서
김필녀
천년이 흘러도 변치 않고
하늘을 품어 안은 저 호수처럼
그윽하게 사랑할 수 없을까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파장을 일으키며
더욱 견고하게 사랑할 순 없을까
수양버들은 휘휘 늘어져 내려앉고
노송은 꼿꼿하게 높이 솟아도
마음 젖으면 얼싸 안고 일렁이듯이
삼한시대부터 젖줄이었던 의림지에서
세상 먼지 훌훌 씻어 버리고 나면
우륵의 가야금 소리 들어볼 수 있을까
너는 하늘에서
나는 땅에서도 혜안을 가질 수 있다면
깊고 지순한 사랑 나눌 수 있으리
- 14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