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넘이를 보며
김필녀
한해를 마무리하는 마음 바쁘기만 한데
자동차 백미러로 보이는 서쪽 하늘
무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신비로운 색깔로 물이 든다
차를 세워 아름다운 모습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해넘이를
넋이 나간 채 바라보다, 하루를 마감하고
한 해를 마감하는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먼지 뒤집어 쓴 자동차 유리에 뒷모습을 비춰본다
아름다운 여인의 뒷모습은 어디 하나 찾을 길 없고,
바쁜 삶에 지친 어깨가 안쓰럽다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해넘이의 황홀하고 신비로운 모습에 취한 채
어깨를 펴고 허리를 곧추세우면서
희뿌연 유리 속에 비친 뒷모습에 안간힘을 쓰는 것을 보며
영원히 철들지 못할 것 같은 여자의 본성本性을 읽는다
2008년 12월 27일 오후 다섯 시 풍천을 다녀오다 해넘이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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