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김필녀
벚꽃이 만개하여 눈이 부시는 날
넋을 놓고 강변도로 벚꽃 터널을 지나는데
호루라기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경찰아저씨가 나의 애마를 가로막는다
"신호위반하셨습니다 신분증 좀 제시해 주십시요!"
"나의 시야를 유혹한 벚꽃한테 죄가 있지 않을까요?"
6만 원짜리 스티커를 받아 들고 한 마디 건넸다
"꽃 한 번 쳐다보는데 너무 비싸네요!"
"사고가 안 났으니 천만다행입니다 안전운전 하십시요!"
꽃에 정신을 팔 수 있다는 건 아직도
가슴에 설레임이 남아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벚꽃 유혹에 빠져 손해는 좀 보았을지언정
운수 좋은 날이었다고 해 두자.
090406
Love is Just a Dream(사랑은 꿈과 같은 것) / 조수미
'김필녀의 삶과 문학 > 김필녀자작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걸이 (0) | 2009.05.01 |
---|---|
4월이 간다 (0) | 2009.04.27 |
꽃도 꽃으로 일생을 마치진 않는다 (0) | 2009.04.17 |
이육사문학관에 가면 (0) | 2009.04.15 |
부부 (0) | 2009.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