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천역에 가면
김필녀
사는 일 힘들고 팍팍할 때면
노란 국화향기 가득한
옹천역* 플랫폼에 앉아
레일 위를 힘차게 가르는
기적소리를 한 번 들어보자
청량리 강릉으로 가는 상행 열차,
대구 부산으로 가는 하행 열차를 향해
노란 손수건이라도 흔들어보자
옹천역에 가면
도회지로 떠나는 자식들 배웅하며
쪽진 머리 행주치마에 눈물 훔치던
어머니의 간절한 모습도 만날 수 있고
기차 통학을 하며 먼발치에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채 얼굴만 붉히던
하얀 칼라 세라복을 입은
첫사랑 순이도 만날 수 있다
코끝이 찡해지는 작별의 악수도 없는
흙먼지 풀풀 날리는 세상에 살면서
잃어버린 그대 뒷모습이 생각나거든
바바리코트 긴 자락 바람에 휘날리며
옹천역 플랫폼을 한 번 거닐어보자
주머니 깊숙이 두 손 찔러 넣고서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던 간이역에서
잃어버린 추억을 다시 한 번 찾아보자.
091031
* 옹천역 : 안동시 북후면 옹천리에 위치한 간이역.
♬ Like Leaves In The Wind(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처럼) - Isla Gra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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