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열쇠를 닦아

 

김필녀

 

 

십대의 풋풋한 시간들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지만

주체하지 못하던 청춘의 짙푸른 심장 소리

그 때처럼 선명하게 들을 수는 없지만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채 가슴 한 구석에 

마지막 열정을 태울 에너지가 숨어 있는지

한 해가 저물기 전에 다시 확인해 보자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이 녹슬어 가듯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 속에

아름다운 옛 추억마저 가물거리지만

그렇다고 너무 좌절하지는 말자

쓰지 않고 오래도록 방치해 두었던

녹슨 열쇠를 찾아 윤이 나도록

다시 한 번 닦아보자

 

깊은 동굴 하나씩 마련하여

다들 잠자고 있는 한 겨울에도

홀로 청청하게 산하를 지키고 있는

저 푸른 소나무처럼

내 몸 어딘가에 잠재되어 숨겨져 있을

푸른 희망을 찾아 구석구석

녹슨 열쇠를 닦아 다시금 열어보자

 

아직 열어보지 못한 가슴 속에는 분명

나만의 색깔이 살아 숨 쉬고 있을 터,

지금껏 살아온 삶과는 다른 세계

유토피아 같은 멋진 세계를 열어보자

이제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내 주변사람들을 의식하지도 말고서

후회 없는 인생을 다시 한 번 살아보자.

 

091215 / 초고

 

 

♬ I Have A Dream / Ab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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