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말이 없다

 

김필녀

 

 

단단한 흙을 헤집으며 움튼 새싹이

다소곳하지 않는 모습 본 적 있는가

 

무성한 잎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고

잘난 체하며 뽐내는 것을 보았는가

 

알찬 열매를 맺고 단맛을 저장하면서

큰 소리로 한 번 자랑한 적 있었는가

 

나목으로 매서운 겨울바람을 견디며

누군가에게 불평하는 것을 보았는가

 

뿌리가 어두운 땅속에서

모든 수고로움을 묵묵히 감당하듯

 

한없이 낮아지고 순종하는 것이

진실이고 섬김이라는 것

 

자연의 겸손함을 통해 그 분은

우매한 우리들을 일깨우고 계신다.

 

1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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