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ve Story OST / Snow Frolic ♬
눈길을 걸으며
김필녀
경인년 새해 벽두에 내린 폭설은
전국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자동차에 체인을 감은 채 털털거리며
미끄러운 출근길을 애써 재촉할 나이도,
당장의 생활고를 걱정하며 하늘을 원망할만큼
그리 궁색한 살림살이가 아닌 것에 감사하며
발목이 푹푹 빠지는 은빛 세계를
깊은 호흡으로 하염없이 걷는다.
뽀드득 뽀드득, 발밑에서
동심을 불러일으키던 발자국 소리는
마음을 울리고 가슴속까지 파고들어
머플러를 감싼 머릿속까지 전율케 한다
나이를 거듭할수록 겉모습만 닦지 말고
마음을 닦으라는 깊은 울림이 뽀드득,
소름끼치도록 맑은 소리를 내며
끝없이 펼쳐진 하얀 허공을 가른다.
10105 / 초고